B2C 생산성 프로덕트의 정석: Superhuman
이번 주에는 생산성 프로덕트의 정석이라 불리는 Superhuman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Evernote에서 일하면서 생산성 프로덕트는 왜 같은 시대에 성장한 Uber, Airbnb, Dropbox, Slack처럼 성장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2억 명의 사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었죠.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Evernote가 다른 생산성 도구와 달리 B2C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노트 앱과 Evernote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신의 생산성을 위해 돈을 지불하려는 개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Slack, Dropbox, Asana 같은 협업 툴은 초기부터 B2B를 공략하여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회사의 생산성은 개인의 생산성보다 매우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비록 비용이 발생했지만, 그만큼 고용을 효율화하고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B2C와 B2B란?
- B2C (Business-to-Consumer): 기업이 최종 소비자(개인)에게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델이며 개인을 위한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 B2B (Business-to-Business):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델이며 기업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B2C에서 생산성 도구의 성공은 어렵다는 것이 Evernote를 통해 어느 정도 증명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Evernote를 롤모델로 삼았지만, 후에는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B2B 서비스로의 변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Flow와 Notion 서비스가 그렇습니다.)
B2C 생산성 도구의 이단아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킨 서비스가 있었는데요, 바로 Superhuman입니다. Superhuman은 희소성 가치를 활용하여 초기에는 무려 18만 명이라는 대기자를 확보했습니다. 초기에 아무나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죠.
이 마케팅 방법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이었습니다. 먼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를 응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설문조사에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제품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거절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기자 명단에 올라갔더라도 저의 경우에는 거의 한 달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림 끝에 바로 사용할 수 있었느냐?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Superhuman의 온보딩 담당자와 온라인 실시간 인터뷰를 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담당자와 스케줄을 잡고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야 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의 트라이얼을 제공한 뒤, 바로 30달러라는 큰 금액을 결제해야만 쓸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 덕후인 저에게 이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쓸 수 있다는 흥분감과 제품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기다린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인해 결국 '결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오랜 기다림 끝에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좋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욱 실망했겠지만, 실제 제품의 사용성은 그 어떤 이메일 클라이언트보다 빠르고 훌륭했습니다. 모든 작업이 100밀리초 이내에 완료되도록 설계하여 사용자의 이메일 사용에 따른 생산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 디자인을 적용하여 제품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여기서의 게임 디자인은 우리가 잘 아는 게이미피케이션과 다릅니다. 제품에 단지 점수, 레벨, 트로피, 배지를 추가해 동기부여하는 것이 아닌, 실제 사용자의 목표, 감정, 제어, 즐거움, 몰입이라는 요소를 제품에 적용해 제품을 열심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메일 클라이언트 Rapportive를 만들어 LinkedIn에 엑싯한 경험이 있는 Superhuman의 대표 라훌 보흐라(Rahul Vohra)의 인사이트는 결국 제품의 철학과 기능, 그리고 마케팅의 심리적 요소까지 모두 잡은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