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새로운 평가 방법
— 중간은 사라지고 양극단만 남았다
모두가 A를 받는 시대의 비극
최근 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말씀을 들었어요. "요즘은 AI를 안 쓰고 제출되는 보고서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다음 말씀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AI를 쓰는 건 이제 기본이고, 그럼에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가 진짜 문제죠."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보고서, 기획안, 제안서, 마케팅 카피… 누군가의 책상에 올라오는 거의 모든 문서가 한 번쯤은 AI를 거치고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모든 문서가 다 비슷하게 '적당히 괜찮은' 수준이 되어버린 거예요.

ChatGPT 생성이미지
모두가 페라리를 모는 시대
예전엔 '적당히 잘 쓴 보고서'가 실력의 척도였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게 더 이상 실력의 척도가 되지 못합니다. ChatGPT나 Claude등 AI만 잘 활용하면 누구나 평균 이상의 산출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와튼 스쿨의 이선 몰릭(Ethan Mollick) 교수 역시 BCG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현상을 발견했죠.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최하위 성과자의 실력을 과거의 평균 수준 이상으로,
때로는 훨씬 더 끌어올린다는 매우 강력한 증거가 우리에게 있다."
— 이선 몰릭, 와튼 스쿨 교수
실험 결과는 더 극적이었어요. AI를 쓴 그룹에서 하위 성과자는 무려 43% 성과가 향상됐고, 상위 성과자도 17% 향상됐어요. 그 결과 상위와 하위의 격차는 22%에서 4%로 줄어들었습니다.
도로 위 모든 차가 페라리가 됐어요.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더 오래 달리는지 만으로는 더 이상 운전 실력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거죠.

ChatGPT 생성이미지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어요. 교수님도 말씀하셨는데요. AI 때문에 변별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관점으로 변별력이 전환되었다고 말이죠. 기존과는 다르게 '무엇을 보는지'가 바뀌고 있어요.
페라리가 너무 많아진 도로에서 진짜 운전 실력을 확인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해요. 하나는 주행 로그 — 어디서 어떻게 핸들을 꺾었고, 어떤 길을 선택했으며, 어디서 위험을 피했는가? 또 하나는 결승점 기록 — 그래서 실제로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는가?
이 두 가지 '기록'만이 남는것이죠. AI 시대의 자산은 결과물 그 자체가 아니에요. 결과물에 도달하기까지의, 혹은 결과물 이후의 성과 기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