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이메일 확인입니다. 안 읽은 메일 배지에 48이 찍혀 있고, 그중 제가 진짜 신경 써야 할 건 두세 개죠. 나머지 마흔다섯 개를 헤치고 그 두세 개를 찾는 게 하루의 시작입니다.
이메일은 분명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편해진 만큼, 메일은 미친 듯이 쏟아집니다. 오냐오냐 다 받아주니 끝도 없이 밀려드는 거죠.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근무 시간의 4분의 1이 넘는 시간을 이메일에 씁니다. 일주일이면 열 시간이 훌쩍 넘죠.
이 숙제를 풀겠다고 정말 수많은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저도 어지간한 건 다 써봤고요. 그런데 이상하죠. 아무리 좋은 앱이 나와도, 이 문제는 좀처럼 완전히 풀리질 않습니다. 왜일까요?
사실 우리가 원한 건 더 빠른 편지함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메일함 안에서 맥락을 잡아 처리하고, 꼭 필요한 것부터 먼저 읽게 해주는 것 — 그러니까 더 '스마트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예요.
그러다 최근에 'Extra'라는 앱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써본 이메일 클라이언트 중에 제일 스마트하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결국 다 봐야 합니다
예전에 세탁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세탁기가 발명되면 빨래 시간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 정도는 매일 빨아야지" 하고 기준이 올라가서 총 가사 노동은 안 줄었다는 이야기였죠.
이메일도 똑같습니다. 메일을 주고받는 게 쉬워질수록, 우리가 받고 처리해야 할 메일의 양도 같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이메일 앱 = 메일을 빨리 처리하게 해주는 앱"이라는 공식이 생겼죠. 더 빠른 검색, 더 편한 단축키, 더 똑똑한 자동 분류.
그런데 저는 이 공식 자체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결국 그 마흔다섯 개를 제 눈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은 안 바뀌니까요.
Spark와 Superhuman이 한 일
앞에서 수많은 서비스가 나왔다고 했는데, 그중 제가 오래 써본 두 개만 짚어볼게요. 둘 다 트렌드를 잘 읽은 서비스입니다.
Spark는 받은편지함을 똑똑하게 묶어줍니다. 중요한 사람의 메일, 뉴스레터, 알림을 알아서 분류하고, 필요하면 AI가 요약하고 답장 초안도 써줍니다. Superhuman은 조금 다른 방향인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메일"을 내세웁니다. 키보드 단축키로 로켓처럼 편지함을 비우고, AI가 긴 스레드를 요약하고 답장을 대신 써주죠. 대신 한 달에 30달러가 넘는 유료 서비스입니다.
둘 다 훌륭합니다. 실제로 편지함 처리 속도는 확실히 빨라집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들이 한 일은 결국 하나입니다. 편지함은 그대로 둔 채, 그걸 더 빨리 처리하게 도와준 거예요. 로켓 같은 편지함이든 똑똑한 편지함이든, 여전히 제가 편지함 앞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편지함을 없앤 이메일 앱, Extra
Extra는 여기서 질문을 통째로 바꿉니다. "편지함을 어떻게 더 빨리 비울까?"가 아니라, "애초에 편지함을 안 봐도 되게 할 수는 없을까?"
만든 곳은 BuildForever라는 회사입니다. CEO 나빈 가비니(Naveen Gavini)를 비롯한 창업자 세 명이 전부 핀터레스트에서 10년 넘게 일한 디자이너·엔지니어예요. 사용자 5억 명이 넘는 서비스를 함께 키워본 사람들이, 이번엔 받은편지함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보겠다고 모인 거죠. 재밌는 건, 이들이 Extra를 'AI 앱'이라고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이메일(Email that knows what matters)'이라는 문장을 내걸었어요. 그래서인지 접근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목줄, 폴더, 태그, 검색 — 우리가 이메일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 모든 걸 버렸습니다.